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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시

생명의 서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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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나는 어디에?

나는 무엇? 나는 왜?

 

나의 정체감은?

 

유치환 시인의 '생명의 서'가 생각난다.

강력한 젊음의 박력이랄까, 투지랄까

비장함이 느껴지는 시이다.

 

열정,

숨 막힐 듯 찾고 또 찾는 갈증

고독,

열렬한 고독에 처하지 않고 얻을 수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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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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