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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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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은 별이 되어 광화문 앞에 떠 있다 정지용은 낮에 뜨는 별이 되어 광화문 앞에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시가 읽히지 못하였던가? 한국전쟁 때 납북되어 그의 시는 금지된 시였다. 그래서 어느 날 그의 시가 발표되자 ‘이렇게 절절한 시가 있었다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모더니즘, 이미지즘, 토속어, 고어, 서정성.... 별 정지용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_고나. 어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이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불릴 듯, 맞아 드릴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한에 피어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위에 손을 념이다. 자리에 누워서 별을 보며 느껴지는 회한과 외로움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던 별 ..
풀 김수영 풀은 위대하다 김수영은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이다. 1921 서울에 태어나고 선린상고, 도쿄상과대학, 만주 지린성, 연희전문, 의용군 징집 탈출, 통역, 잡지사... 과속버스, 적십자병원. 풀 김 수 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시이다. 3연으로 ‘풀’과 ‘바람’이 대립되고 있다. 눕는다. 일어난다. 울었다. 웃는다. 지극히 일상적인 4개의 동사가 반복되고..
시간이 알려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오드리 헵번이 시를... 헵번과 같이 붙어다니는 시여서 헵번이 시도 쓰나... 시인은 따로 있었다. 오드리 헵번이 좋아해서 가치를 더하게 된 시 아름다운 시 시간이 알려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샘 레벤슨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다면 결코 너 자신이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울긴 왜 울어 절대 안 울지.... 고려가요 가시리에 이어지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했다. 3음보, 7.5조, 민요풍이다. 산화공덕(散花功德)이라는 전통적 여성상에 의한 애절한 사랑과 이별의 슬픔, 한이 표현됐다. 가시리에서 처럼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가시는 듯 돌아오십시오'라고 말하지 않고 그보다 더한 애절한 감정을 승화시켜, 자신이 싫어서 님이 떠난다면, 임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고 정성을 담아 꽃까지 뿌리며 보내겠다는 이별의 아픔과 ..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
배추의 마음 나희덕 배추의 마음 나희덕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 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배추와 인간의 교감이다!!! 배추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기가 잘 자라기를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조심스레 엿보인다. 염려에도 불구하고 잘..
낙화 이형기 꽃이 지고 잎이 지고떨어지는 것은 아쉽다.허전하고허무하다. 그런데 신기한 게꽃이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열 수는 없었다. 수없이 꽃이 지고셀 수 없이 잎이 지고그 모습을 해마다 지켜보면분명 순리이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꽃이 지는 것은 슬프다.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이 꽃이 곧 떨어질 거라 예상될 때그때는 더욱 슬프..
거울 이상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럴까그 가치를 모르고 살 때가 너무 많다.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데... 그래서인생들은 더욱 고독하다. 이상!!본명은 김해경이고소설가이고 건축가였다.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의 시참 이상..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어버이날이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어버이시지만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만 수두룩하니어버이날은 어머니날인 거 같다. 나의 어머니!!!3년 전에 저 세상으로 가셨다.86년을 사시다가 먼 길로 떠나셨다.그길은 영원히 다시 오지 못하는 길이 되었다. 어머니는오늘도 마르지 않은 영원한 사랑의 샘이요,생각만 해도 얼어붙은 가슴을 단숨에 녹여버리는따뜻한 온돌방이었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하늘나라에 가 계시는엄마가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아니 아니 아니 아니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단 5분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원이 없겠다​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엄마와 눈맞춤을 하고젖가슴을 만지고그리고 한 번만이라도엄마!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숨겨놓은 세상사 중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승무 조지훈 승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세속적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켰다.아름다운 승무를 통해 인간의 108번뇌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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