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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비둘기
평화를 상징했을 때는 그 언제였을까
날마다 내쫓기는 신세
어쩌다 모이를 던져주고
신기해하는
아이에게나
하루에 한 번은
끝없는 동정을 모아 휘이휘
던져주던 할맘의 관심거리도 이제는 아니다
알에서 나올 때부터 양쪽 발이 달랐다
왼발은 쫙 벌어져서
새끼 적부터 동료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날았다
날마다
첨부터 혼자 살아가는 법을 알았다
마샬미용실 옆집 3층 처마 밑이 놀이터다
미용실에 앞에는 편하게 가꾼 화분이 부담 없이 놓여있어
가끔씩 둔한 몸놀림으로
기우뚱 거리며 걸어도 흉보지 않고
내쫓지도 않아서
실컷 땅을 밟으며
죽집에서 던져주는 부스러기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몸집이 있는 손님이 나온다
이분에게 밟힐까 봐 공중으로 비상한다
날아봤자 바로 옆집 3층 처마 밑이다
그 손님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고 아래를 응시하다 하강하는 걸 잊어버렸다
어느덧 배가 고파온다
어느 사이 하강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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