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김수영은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이다.
1921 서울에 태어나고 선린상고, 도쿄상과대학, 만주 지린성, 연희전문, 의용군 징집 탈출, 통역, 잡지사... 과속버스, 적십자병원.

풀
김 수 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시이다.
3연으로 ‘풀’과 ‘바람’이 대립되고 있다.
눕는다.
일어난다.
울었다.
웃는다.
지극히 일상적인 4개의 동사가 반복되고 있다.
‘풀’을 가난하고 억눌려 사는 민중의 상징,
‘바람’은 민중을 억누르는 지배세력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풀은 소중하다.
풀이 없다면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고
풀이 없다면 육축이 자라지 못하고
풀은 개체수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내 꽃이 빛나는 것은
소박한 꽃이 있기에 가능하다.
내
한 뿌리
풀로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응형
'멋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지용은 별이 되어 광화문 앞에 떠 있다 (0) | 2021.06.22 |
---|---|
시간이 알려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오드리 헵번이 시를... (0) | 2021.05.27 |
진달래꽃 김소월 (0) | 2021.05.25 |
해 박두진 (0) | 2021.05.21 |
배추의 마음 나희덕 (0) | 2021.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