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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시

낙화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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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잎이 지고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허전하고

허무하다.

 

그런데 신기한 게

꽃이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열 수는 없었다.

 

수없이 꽃이 지고

셀 수 없이 잎이 지고

그 모습을 해마다 지켜보면

분명 순리이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꽃이 지는 것은 

슬프다.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이 꽃이 곧 떨어질 거라 예상될 때

그때는 더욱 슬프다.

 

새싹의 때, 꽃의 때, 열매의 때

낙엽의 때가 

있듯이 꽃이 지는 때가 있다.

꽃이 지지 않고 열매를 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낙엽이 떨어져야

새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꽃이 떨어지는 아픔이 있었기에

열매 맺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별의 아픔을 통한 성숙

그 자연의 순리요

삶의 이치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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