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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이름이 하필 사과야
그리인
2021. 4. 2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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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익는 계절이 무르익어
깊은 맛이 들기 시작한
어느 날
사과 한 박스가 배달 왔다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자르니
가운데가 정말 노랗다
황금사과다
달콤한 향이 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사과였다
한 입 베어무니
아삭하고 달콤한 그 맛이
혀끝에서 코끝 지나
정수리 끝까지 사무치게 상쾌해진다.
신맛이 조금 있으면서
달고 꿀이든 얼음골 사과를
오전에 먹고 나면
보약을 먹은 듯
뿌듯하기까지 하다
사과를 선물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과일은
왜
이름이 하필 사과일까?
난 사과에 빚이 있다
사과를 못하고 있어서다
그 많은 시간 동안
함부로 대했던 네게
그 많은 공간에서
조심하지 않았던 내게 사과를 하고 싶다
네게 사과하고
내게도 사과하려는데
어떻게?
전화로
말로 하면
쑥스럽고
문자로 하려니
어색하고
그래!!
사과 한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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