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시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그리인
2021. 3. 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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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시인은 멋진 시를 수 없이 지었다.
님의 침묵의 시인 한용운.....
자발적인 희생과 인내의 사랑
그 사랑은 언제쯤 가능할까?
나룻배의 사랑은
지치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랑일 것이다.
이제 나도 그 사랑을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나는 여태 행인이었다.
나를 기다리다가 태워주고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또 기다리고
나는 이제
또
나룻배이고 싶다.
이제는 입장을 바꿔
그대 비록 늙은 행인되어 올지라도
내 나룻배 채색해가며
행인을 기다리리
이제 나는 나룻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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