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소망을 노래한 시이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저리고 한없이 서글퍼진다.
그 어머니가 이 땅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음의 고향으로 어머니를 부르면서
꿈꾸고 바라는 이상향을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고 있는 화자이다.
이제 나이를 먹어
나도 그 어머니가 되었지만
내게도 어머니가 필요하다.
언제나 변함없이
감싸주고
조용히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대자연을
어머니로 삼고
내 소원을 말해볼까나?